팀 문화2024-02-22

외주 관리 SaaS는 어쩌다 만들어졌나 : 에이전시 CRM 개발기 (1)

IT 에이전시에서 외주 관리 SaaS를 직접 만들게 된 이유를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사랑받는 IT 프로덕트의 첫걸음, 똑똑한개발자입니다.

오늘은 저희 팀에서 신사업으로 시작한 외주 관리 SaaS 플러그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3줄 요약

  1. 3년간 몸집이 커진 외주 에이전시에서 영업 현황 공유 부족, 미수금 발생, 리소스 싱크 부재라는 세 가지 관리 문제가 동시에 터졌습니다.

  2. 해결을 위해 2번의 도입 문의(세일즈포스·릴레잇)와 5번의 테스트(Yess·에어테이블·노션)를 거쳤지만, 결론은 "시장의 CRM은 외주 에이전시와 맞지 않는다"였습니다. 툴이 나빠서가 아니라 오버스펙이었기 때문입니다.

  3. 다른 에이전시들도 똑같이 앓고 있다는 걸 확인한 뒤, 계약과 미정산을 함께 관리하는 외주 에이전시 CRM을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외주 에이전시가 왜 CRM을 직접 만드나요?

먼저 플러그 팀의 배경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플러그팀은 외주 에이전시 조직 안에서 신사업으로 시작됐어요. 신설 팀으로 꾸려져 서비스 전략을 주도하고 기획과 디자인을 제안하는 PO(저)와 3명의 개발팀, 그리고 2명의 운영·마케팅팀까지 총 6명이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이전시라는 조직 안에 있다는 건 프로덕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아주 큰 장점이에요. 외주를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동료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옆에서 지켜보고, 그걸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으니까요. 현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뾰족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멋진 조직에서 팀원들과 일한다는 자랑이 조금 길어졌네요..! 이 이야기를 먼저 적은 이유는, 저희가 출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에이전시의 고민에 진심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년간 규모가 커지며 부딪힌 '비즈니스 관리의 한계'

저희 팀이 속한 에이전시 조직은 3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수많은 운영단의 문제에 봉착했어요. 일종의 성장통이었을까요..?

바로 '비즈니스 관리의 한계' 입니다.

외주 에이전시는 특성상 하나의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실무자가 제법 많습니다. 실무자가 많으니 공유해야 할 이해관계자 수도 함께 늘어났고요. 이런 문제들이 저희를 괴롭히곤 했습니다.

외주 에이전시가 겪는 비즈니스 관리 문제 3가지

  1. 영업 현황의 전사적 공유 부족 → 어떤 건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모른 채 일정을 잡다 보니 계획이 계속 흔들립니다.

  2. 다중 정산으로 인한 미수금 발생 → 계약 건이 쌓이면 정산 시점이 제각각입니다. 일정을 한 번 놓치면 그대로 미수금이 됩니다.

  3. 영업팀과 PM 사이의 리소스 현황 싱크 부족 → 수주는 됐는데 투입할 사람이 없거나, 반대로 대기 인원이 생깁니다.

외주를 운영할 때 발생하는 모든 영역의 관리가 서로 얽혀 유기적인 문제로 터져 나왔죠. 이 이야기는 (슬프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참고로 미수금은 관리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현금흐름 문제입니다. 입금 예정 금액을 이미 보유한 자금처럼 착각하는 순간 자금 계획이 틀어지고, 지급해야 할 비용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정산 기한과 절차, 담당자를 명확히 지정해두는 것이 기본이라고들 하는데, 문제는 계약 건이 수십 개로 늘어난 상태에서 그걸 사람 머리로 관리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갈림길: 매니저 채용 vs 외주 에이전시 CRM 도입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던가요. 저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1. 영업과 정산 등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할 매니저를 추가 채용할 것인가?

  2. CRM 등 툴을 도입해볼 것인가?

진지하고 깊은 고민 끝에 '일단 영업 단의 문제만이라도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CRM 도입을 택했습니다. CRM으로 영업 문제를 먼저 풀면 운영 문제도 줄줄이 해결될 거라는 행복 회로를 돌리면서요..

외주 에이전시 CRM, 2번 문의하고 5번 테스트한 결과

그렇게 시장에 나와 있는 CRM 도입 문의를 시작했습니다. 2번의 도입 문의와 5번의 테스트라는 심사숙고 과정을 거쳤어요. 내부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가 그만큼 강했거든요.

영업 관리 도구인 세일즈포스, 릴레잇에 도입 문의를 넣었고, Yess, 에어테이블, 노션에서는 직접 테스트를 병행했습니다.

검토한 툴 비교

검토 대상

검토 방식

강점

외주 에이전시 관점의 한계

세일즈포스

도입 문의

글로벌 표준급 영업 관리 기능, 확장성

기능 폭이 너무 넓어 오버스펙. 필요한 일부만 쓰기 어려움

릴레잇

도입 문의

국내 영업 프로세스에 맞는 파이프라인 관리

계약·정산까지 한 화면에서 묶어보는 구조는 아님

Yess

테스트

가볍고 빠른 세팅

외주 계약 단위의 다중 정산 관리에는 부족

에어테이블

테스트

자유로운 DB 커스텀

결국 우리가 직접 설계해야 함 = 관리 비용 이전

노션

테스트

팀 전체가 이미 사용, 진입장벽 낮음

데이터베이스 연결이 늘어날수록 휴먼 에러 급증

시장의 CRM이 외주 에이전시와 맞지 않았던 이유

저희의 결론은 "시장에 나온 CRM은 외주 에이전시와 맞지 않다" 였습니다.

툴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서비스들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오히려 오버스펙에 가까웠거든요.

저희의 중점적인 고민은 '계약과 미정산 건을 함께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툴을 도입하고 테스트한 후에도 이 두 가지를 함께 담고 있는 CRM은 없었어요. 제공되는 기능 중 가장 비슷한 걸 커스텀하는 방법 말고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부 기능만 쓰고 싶었지만 모든 기능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어요.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전부 익혀야 하니 러닝 커브가 생겼고요. 그러다 보니 데이터 오류와 휴먼 에러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능률을 올리려고 도입한 툴이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저희 팀은 많은 고민에 잠겼습니다..

여기서 문득 '과유불급' 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딱 맞는 툴이 없어 오버스펙 툴에 끌려다녔고, 결국 최대 효율을 끌어내지 못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엔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했고, 새 업무 툴을 들이는 행위 자체가 돌파구가 되어주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 경험을 정리하면, 외주 에이전시가 CRM을 고를 때 확인할 기준은 결국 네 가지로 좁혀졌습니다.

  • 계약과 정산이 한 흐름에 있는가 — 영업 파이프라인만 있고 정산이 빠지면 문제의 절반만 해결됩니다.

  • 안 쓰는 기능을 안 배워도 되는가 — 러닝 커브는 그대로 데이터 오류와 휴먼 에러로 돌아옵니다.

  • 리소스 현황이 영업 단계와 연결되는가 — 수주와 인력 배치가 분리되면 싱크는 계속 깨집니다.

  • 대표·PM 1~2명이 겸업으로 운영 가능한가 — 전담 매니저를 전제로 하는 툴은 에이전시 현실과 다릅니다.

우리만의 고민일까? 결론은 NO

플러그팀은 다른 에이전시들과 미팅을 진행하면서,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고 계시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에이전시는 주로 외주 실무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운영 관리를 담당할 매니저 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많은 대표님이 혼자 관리하시거나 공동대표님과 나눠 관리하는 형태가 많았어요. 대부분 이런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뾰족한 해결점은 찾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수많은 엄청난 기능들보다도, 외주 산업에 특화된 뾰족한 기능만 있으면 좋겠다..'

에이전시를 위한 기능이 현 시장에서 제공되지 않는다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에이전시가 가장 고민하는 간지러움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툴에 대한 갈증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외주 관리 SaaS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우리 조직의 외주팀만이 아니라, 모든 에이전시가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졌어요.

이 문제는 저희가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그리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피부로 문제를 느끼고 있으니까요.

출발은 아주 좋았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에이전시 분들이 플러그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하지만 모두의 고민에 도움이 되어 기쁘다는 마음도 잠시, 꿈보다 해몽이 좋았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에 부딪히게 됩니다…..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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